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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 기쁨153교회·반석교회 이어 서울 선교회 모임서도 발생
교회 ‘집합제한’ 해제 2주만에 재발..다시 방역조치 강화 가능성도

고양 교회발 코로나19 감염 확산 (고양=연합뉴스) 경기 고양지역 교회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경기 고양 덕양구의 한 지하 교회 계단에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양 교회발 코로나19 감염 확산 (고양=연합뉴스) 경기 고양지역 교회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경기 고양 덕양구의 한 지하 교회 계단에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경기도 고양시 교회 2곳에 이어 서울의 한 선교회 모임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이 일어나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파워볼사이트

교회에서는 이전에도 정규예배나 소모임 등을 전파 고리로 빈번하게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특성상 교인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족·지인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지역 감염이 급속히 번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새 집단감염 사례인 경기 고양시 ‘기쁨153교회’와 ‘반석교회’의 누적 확진자는 전날 정오 기준으로 각각 15명, 8명이다.

이들 교회에서는 교인들이 예배 후 함께 식사한 사실이 공통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기쁨153교회의 경우 지하 1층에 있어 창문과 환기시설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서울 송파구 사랑교회에서는 추가 감염자가 계속 나오면서 지금까지 2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성동구 선교회 소모임 사례에서도 4명이 확진됐다.

특히 성동구 선교회 소모임 참석자 중 일부는 지난달 확진됐지만, 역학조사 당시 소모임 참석 내용을 진술하지 않아 지역사회 ‘n차 전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이처럼 교회 감염이 잇따르자 자칫 개척교회모임, 서울 왕성교회, 안양 주영광교회, 수원 중앙침례교회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 중 개척교회모임의 경우 지난 5∼6월 서울·인천·경기 전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총 47곳에서 11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 사례까지 나왔다. 대부분 ‘3밀'(밀폐·밀접·밀집) 환경에서 단체식사나 성가대 등 침방울(비말)이 튈 수 있는 위험한 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교회 거리두기 입장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오전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신도들이 코로나19 예방 거리두기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교회 거리두기 입장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오전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신도들이 코로나19 예방 거리두기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방역당국은 지난달 10∼23일 2주간 기도회, 성경공부 모임, 성가대 연습을 비롯한 교회 소모임 등을 금지한 집합제한 조치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하고 있다.파워볼게임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여전히 소규모 교회나 소모임 등을 통한 집단발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유사한 사례들이 계속될 경우 예전에 했던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번 주말 종교행사에서는 다시금 경각심을 갖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종교행사 중에는 마스크를 절대 벗으면 안 되고, 숙박해야 하는 수련회나 캠프 등은 취소해 달라”며 “침방울로 감염전파가 될 수 있는 단체식사, 성가대 활동, 찬송 그리고 소모임은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들 “머니게임 형태로 조정 반드시 나와”
공매도 및 자산버블 우려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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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유동성 장세와 동학개미에 힘입어 코스피가 지속 상승하자 코스피 2500을 기대하는 시각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머니게임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조정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르면 이달말 조정이 나타날 수 있으며, 공매도 및 자산버블에 대한 우려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최근 연중 최고점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8년 10월 이후 2300선을 돌파했으며, 지난주에는 2350선에 안착했다. 수익률은 최근 한달을 기준으로 8.9% 올랐으며 저점 대비 무려 63.37% 폭등했다.

이는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빠른 상승세다. 정부의 정책에 따른 유동성 장세와 지속되는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가 지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달 중순 이후에나 2300선 회복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조정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의 여건상 주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빠른 상승이었다는 점에서 차익실현이 나올 수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높은 주가가 형성돼 비싸졌다고 우려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500포인트까지 오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면서 “2500을 갈 수는 있는데 비싸지는 상황이며 가격 하락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머니게임 적인 형태로 주가가 오를 때, 답답한 것은 분명히 조정이 오는데 그것이 언제인가 라는 점”이라며 “시작되는 시점의 주가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증시의 하락으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기술주들의 급등에 힘입어 뉴욕증시는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닷컴버블과 비교할 때, 최소 이번달에 조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닷컴버블은 새로운 산업의 태생이었지만 현재는 기존의 있던 사업의 융복합 수준”이라며 “이르면 다음주, 또는 이번달에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매도와 자산에 대한 버블 우려도 변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공매도 금지 기간은 오는 9월15일까지다. 연장에 대한 가능성이 나오고 있으나 만약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공매도가 쏟아져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최 센터장은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를 연장 안한다고 하면 (주식시장이)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최근에 금통위원들이 너무 금리 낮아 자산 버블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 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현상이 나타나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미국 대선은 시장의 큰 변수로 꼽힌다. 미국 대선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국내 증시와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어플리케이션 금지 조치를 취하자 연이틀 크게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CNN “원피스 입은게 위반?” 비꼬아..가디언 “온라인서 여성혐오 발언 촉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복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외신도 관심을 보였다.

류 의원은 지난 4일 분홍색 계열의 원피스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과 옹호가 상충하는 가운데 일부 도 넘은 비난까지 나오며 복장 논란을 촉발했다.

퇴장하는 류호정 의원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2020.8.4 saba@yna.co.kr
퇴장하는 류호정 의원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2020.8.4 saba@yna.co.kr

미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한국 의원이 복장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며 “그녀의 위반행위는? 원피스를 입었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CNN은 “그녀의 의상 선택을 겨냥해 온라인상의 욕설 세례는 논쟁을 촉발했다”며 “한국에서 여성은 오랫동안 성차별주의와 가부장적 문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고 말했다.

CNN은 또 온라인에서 일부 게시자들은 류 의원의 복장이 국회의원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면서 자극적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 내 여성 의원 비중이 19%로 한국 입법부 역사상 가장 높지만 여전히 국제적 기준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CNN은 온라인상 복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속 정당과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를 불러왔다면서 업무가 아닌 외모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국회의 지나친 엄숙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CNN은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페미니스트는 여성으로서 힘든 곳이라고 본다”며 “여성은 직장에서 차별과 성폭력 및 괴롭힘, 불합리한 미적 기준에 반발해 왔다”고 적었다.

류호정 '청바지 출근' (서울=연합뉴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6일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8.6 [류호정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류호정 ‘청바지 출근’ (서울=연합뉴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6일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8.6 [류호정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성 의원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본회의에 참석해 비판받은 이후 한국은 직장에서의 여성을 향한 구시대적 태도와 직면하고 있다”며 이번 일이 성차별주의 논쟁을 유발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의원 중 최연소인 28세의 류 의원이 비난과 칭찬을 동시에 불러왔다”며 “남성 의원 대부분이 입는 짙은 양복, 넥타이와 분명한 대조를 이룬 류 의원의 복장 선택은 온라인에서 여성혐오적 발언의 홍수를 촉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권위가 양복으로부터 세워진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류 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뒤 “류 의원은 여성이 대중에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지에 관해 구시대적인 기대에 도전하는 한국 여성의 움직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강 침수지역 복구작업 중 한강변에서 날개를 다친 백로가 발견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사진 서울시]
한강 침수지역 복구작업 중 한강변에서 날개를 다친 백로가 발견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사진 서울시]

연일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강에 있던 백로가 날개를 다치는가 하면 잉어와 메기가 무더기로 떠내려가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7일 “이날 오후 4시께 양화한강공원에서 날개를 다쳐 수풀 사이에 숨어있던 백로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은 이날 집중호우로 인한 한강공원 침수현장을 복구하던 중 백로를 발견했다.

구조된 백로는 양화안내센터에서 임시 보호한 뒤 오후 5시30분께 서울대병원 야생동물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한강사업본부는 집중호우로 인해 지난 6일부터 11개 한강공원 전역을 통제하고 청소 등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7일 오후 '물고기 구출 작전'을 벌이는 한강사업본부 직원들. [뉴스1]
7일 오후 ‘물고기 구출 작전’을 벌이는 한강사업본부 직원들. [뉴스1]



한강 잉어 약 300마리 구조
이날 오후 여의도 지하차도에선 폭우로 한강 물이 불어나면서 떠내려온 잉어와 메기 약 300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6일 한강 수위가 홍수 주의보 기준인 8.5m를 넘어 8.73m까지 올라간 데 따른 피해였다.

한강사업본부 여의도안내센터 관계자는 “현재 11개 한강안내센터가 모두 폐쇄된 상태에서 가장 고지대인 여의도에서 물이 먼저 빠져나가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2004년 침수 때도 여의도 지하차도에 잉어 떼가 올라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강사업본부는 인력 7명이 뜰채와 삽 등을 이용해 300여 마리의 잉어와 메기를 구조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벽보왕’ 성종과 ‘메모왕’ 세조

편집자주
여러분처럼 조선의 왕이나 왕비도 각자 취향이 있었고 거기에 마음을 쏟았습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사들이 그간 쉽게 접하지 못했던 왕실 인물들의 취미와 관심거리, 이를 둘러싼 역사적 비화를 <한국일보>에 격주로 토요일에 소개합니다.

백성들 생업의 고단함을 노래한 ‘시경’ 칠월시를 새긴 각석. “구월에는 채마밭을 쌓고 시월에는 곡식을 거둬들이네” 같은 월령가의 형태로 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백성들 생업의 고단함을 노래한 ‘시경’ 칠월시를 새긴 각석. “구월에는 채마밭을 쌓고 시월에는 곡식을 거둬들이네” 같은 월령가의 형태로 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좌우명(座右銘)’이라는 말이 있으니, 바로 늘 지내는 자리 곁에 새겨 둔다는 말이다. 삶의 신조로 삼고 싶은 유명한 경구들을 좌우명으로 고르는 경우가 많다.

조선 국왕들에게도 좌우명이라 할 것이 있었을까? 성종에게는 비슷한 것이 있었다. 성종은 갑작스럽게 사망한 숙부 예종의 뒤를 이어 13세의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비록 태어나서부터 왕위를 이을 후계자로 길러진 것은 아니었으나, 일단 왕위에 오르자 모범적인 태도로 1일 3강의 경연에 야대까지 행하고, 조회나 제사 등의 스케줄을 빼곡히 채워 수행해 냈다.

그를 더욱더 완벽한 유교적 성군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에 신하들도 동참했다. 신하들은 성종에게 좋은 말을 자리 곁에 써 붙여 두고 보시라고 권하고, 자리 주위에 두어 방에 들고 날 때마다 보시라며 병풍, 걸개 따위를 선물했다.

임금이 편안하게 놀지 말 것을 훈계하는 ‘서경’ 무일편의 글을 쓴 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임금이 편안하게 놀지 말 것을 훈계하는 ‘서경’ 무일편의 글을 쓴 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옛 성군의 마음가짐을 담은 유교 경전인 ‘시경’ 빈풍편의 칠월시나 ‘서경’ 무일편의 구절이 주 레파토리였다. 칠월시는 고대 중국의 주나라에서 나이 어린 성왕이 즉위하자 숙부인 주공이 섭정이 되어 성왕을 보필하면서 옛 선조들의 교화를 담아 지어준 시라고 한다. 백성이 길쌈하고 사냥하며 농사짓고 집을 지어 해마다 삶을 고되게 지탱해간다는 것을 노래하여 집과 옷과 먹을 것이 모두 쉽게 얻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무일편에서 주공은 더욱 직설적인 화법으로 임금이 편안하게 놀지 말 것을 훈계하였다. “그 뒤로 즉위하는 왕들이 태어나면 편안하였기 때문에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며, 백성들의 수고로움을 듣지 못하고 오직 즐거움에만 빠졌습니다”라고 역대 왕들이 안일에 빠져간 것을 들어 성왕을 경계하였다. 즉 이들 경전은 통치자가 백성이 생업에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깨달아 나태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조선은 왕위 계승 후보자끼리 자유경쟁을 시키는 나라가 아니었다. 미리 세자를 책봉하여 후계구도를 안정시키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니 조선의 왕은 대개 ‘태어나면 편안한’ 고귀한 존재로 떠받들려 자라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왕위를 물려받기 전부터 교육에 공을 들여 재목을 키웠고, 왕위에 오른 뒤에도 경연 같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올바른 심성을 기르도록 노력하였다. 그야말로 주입식 성군 교육이었다.

아무리 절박한 일이라도 하루도 해이해지지 않고 마음에 새기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목전의 안락함을 외면하고 부지런히 일하라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훈계를 알아서 실천할 리 있으랴. 그러니 시선이 닿는 가까운 곳에 써 붙여 두고, 눈에 띌 때마다 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게 했다. 경전에 나오는 글귀를 종이에 써서 벽에 붙이고, 병풍에 써서 거처에 세워 두고, 또 그림으로도 그렸는데, 이러한 ‘빈풍칠월도’나 ‘무일도’ 등의 회화작품은 조선왕조 궁중 감계화의 전통을 이루었다.

‘시경’ 칠월시의 내용을 그림으로 구성한 화첩.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시경’ 칠월시의 내용을 그림으로 구성한 화첩.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성종 본인 또한 교훈될 만한 글을 아껴서 주위에 써 붙이는 성격이었는데, 보필하던 신하들도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성종 초년에 도승지를 역임한 뒤 경상관찰사로 승진한 유지(柳輊)라는 인물이 있었다.

유지는 성종 원년부터 7년 3월까지 만 7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승정원에 몸담았던 성종대 최장수 승지였으니 성종의 측근이라 할 것이다. 유지가 경상도에 부임한 뒤에 ‘십점소(十漸疏)’ 병풍을 해다 바친 일로 대간의 탄핵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십점소는 당 태종이 집권한 뒤 점차 마음이 해이해지자 위징이 열 가지 조항을 들어 경계한 글이다. 좋은 글을 써서 보냈는데 탄핵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탄핵의 이유는 이러하였다.

“유지의 마음은 충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환심을 사기 위한 행위입니다. 유지는 일찍이 승정원에 있으면서 전하께서 유희나 사냥을 좋아하지 않으심을 익히 보았으므로, 이런 것으로는 전하의 환심을 살 수가 없고 오직 경계가 되는 잠언이라야 맞으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공물 외의 물건인데도 서슴지 않고 사적으로 바친 것입니다.”

병풍 같은 것들은 신하들이 만들어 바치는 경우도 많았지만, 성종 스스로도 통치에 보탬이 될 것 같은 글을 곁에 걸어두고 보았다.

‘성종실록’에는 이런 일화들이 많은데, 교훈적인 상소를 받자 감동한 성종이 바로 상소문을 장황(粧䌙)해 올리라고 하면서, 상소를 올린 대간에게는 “늘 자리 곁에 두고 드나들 때마다 보고 반성하겠으며, 경들의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을 잊지 않겠다”면서 크게 칭찬하고, 쌀쌀하니 몸을 덥히라며 술까지 내려 주었다.

또, 경연에서 “시작이 없는 경우는 없지만 마무리를 잘하는 일은 드물다(靡不有初鮮克有終)”는 경구를 판에 써서 자리 곁에 두라는 권유를 받자, 이미 침실에 판을 설치해 두었으며, 옛 사람의 경계하는 말을 병풍에 써서 보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성종의 재위 26년간 늘 이런 식이었으니, 치도를 열심히 강구하던 성종의 침전 환경이 어떠했을는지 매우 상상해 볼 만하다. 이것저것 붙이고 걸어 놓았을 테니 고즈넉한 여백의 미 따위는 없었으리라.

습자용 분판. 먹이 흡수되지 않도록 만들어, 글씨를 쓴 뒤 물걸레로 닦아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습자용 분판. 먹이 흡수되지 않도록 만들어, 글씨를 쓴 뒤 물걸레로 닦아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한편, 만기(萬機)를 보살피는 국왕의 격무 중에 기억을 돕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졌던 왕도 있었다. 조선왕조 최고의 모범생 아버지와 형을 두었던 세조 임금에게는 자신의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나름의 비법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집무실 화이트보드 활용이었다.

세조가 쓴 물건은 ‘분판’이라고 하는 것으로, 판자에 방수성의 분을 개어 발라 잘 말려서, 위에 먹으로 메모를 한 다음 물걸레로 닦아내는 것이다. 흔히 서당에서 글씨 연습용으로 사용되었던 물건이다.

세조는 이 노하우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루는 승정원 승지들을 불러다 분판 활용을 강력히 추천했다.

세조는 분판을 자리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바로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 어느 날은 옻나무 재배 ‧ 가축 사육 ‧ 뽕나무 재배 등 10여 가지를 써 놓고, 승정원에 보여 주면서 산업을 권장하는 방법을 의논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 기사판(記事板)이다. 교묘한 기억보다 서투른 필기가 나은 법이다(巧記不如拙書). 정원에도 이 물건이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사실 세조가 이렇게 신하들을 불러다 필기 습관을 추천한 까닭이 있었다.

승정원에 갓 들어온 동부승지 김수녕이 분판을 들고 메모(備忘)를 하다가 선배 승지로부터 “암기를 할 일이지 무엇하러 이런 판을 쓰고 있느냐”고 무안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왕이 나서서 분판 사용을 추천하니 도리어 선배의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당시 문과에 급제한 엘리트라면 암송에 익숙했을 테니 간단한 사항은 바로 외워 나오는 것이 마땅했겠으나, 생각의 실마리조차 놓칠까 하여 늘 메모하는 습관을 가진 임금 밑에서 일하다 혹 지시사항을 흘려버리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어쨌든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세조가 말했듯이, 교묘한 기억보다 서투른 필기가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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