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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배달이 일상 된 ‘배달 공화국’
5060까지 앱 사용 자연스러워
작년 음식 서비스 거래 9조 돌파
업체, 배달 안 하면 생존 불가능

#1 프리랜서 애널리스트인 최모 씨(31·여)는 최근 집에 마실 물이 떨어져 배달료 3000원을 지불하고 편의점 배달을 통해 800원짜리 생수 한 병(500mL)을 주문했다. 당장 마실 물이 필요했는데 집 밖으로 나가려면 씻고 치장하는 데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최 씨는 “3800원에 생수 한 병을 사는 비합리적인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편의점까지 가기 위해 들이는 시간을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배달료 3000원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파워볼

#2 서울 강남구에 사는 A 씨(67)는 최근 인근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팥빙수를 먹기 위해 배달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해당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상품만을 배달해 주는 앱을 발견했다. 백화점에서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로 배달된 팥빙수를 아내와 맛있게 먹은 뒤 그는 이 앱에 매일 3번씩 들어가고 있다. A 씨는 “백화점에 가야만 맛볼 수 있었던 다양한 음식을 집으로 주문해 먹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 됐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이 일상이 되고 있다. 온라인 소비에 익숙했던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4년생)뿐 아니라 5060세대까지 배달앱에 들어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 된 것. 이젠 배달 없이 어떤 업체도 생존할 수 없는 진정한 ‘배달 공화국’이 됐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배달 공화국의 면면을 살펴봤다.

○ 편의점부터 백화점까지 모두 배달 서비스

배달 시장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에도 크게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주문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조73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4.6% 늘었다. 이후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급증하고 있던 시장의 배달 수요를 더욱 폭발시켰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편의점 배달’이다. 업계에 따르면 골목 곳곳에 자리 잡은 편의점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편의점 내부에서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데 누가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반응은 뜨거웠다.

10일 GS25가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배달 서비스 이용 동향을 분석한 결과 배달 이용 건수는 전월 동기 대비 92.7%나 증가했다.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평일 이용 건수는 76.9% 뛰었고 주말에도 배달 주문이 폭증해 101.7%의 증가율을 보였다. 배달 서비스 인기 품목으로는 음료, 도시락, 즉석 조리식품(치킨 등)이 꼽혔다. 비식품군에서는 생리대가 상위권에 올랐다. GS25 관계자는 “여성들이 외출이 꺼려지는 날 편의점 배달을 통해 여성용품 주문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외식을 배달로 대체하는 수요도 뚜렷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19년 국내 외식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외식 빈도는 12.9회로 최근 4년 사이 최저치를 찍었다. 반면 배달 주문은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했다. 월평균 배달 주문 빈도는 최근 3년 동안 외식 부문과 음료 부문에서 각각 13.3%, 100% 증가했다. 올해는 외식과 배달 주문의 빈도 차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업계도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을 새롭게 만드는 등 배달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신세계푸드의 배달 전문 매장 ‘셰프투고’가 대표적이다. 셰프투고는 노브랜드 버거를 비롯해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누보 등 신세계푸드 자체 외식 브랜드로 메뉴를 구성해 배달하고 있다. 셰프투고의 지난달 배달 건수는 7월 대비 27%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올해 1월 53%였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 배달 비율도 8월 79%까지 늘어났다.

다소 생소했던 ‘섀도 키친(shadow kitchens)’도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배달 판매만을 목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번화가를 피해 골목 구석구석에 공간을 만들어 음식을 조리하는 곳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섀도 키친 운영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수제 햄버거 섀도 키친을 운영하는 유모 씨(42)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서울 강남구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다가 비싼 임차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이후 그가 선택한 것이 섀도 키친이다. 여러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는 데 일부 비용이 들었지만 배달만을 목적으로 음식을 판매하면서 월평균 6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러 명의 배달 전문 음식 사업자들이 단일 주방 시설을 대여하거나 공유하는 모습도 늘 것으로 보인다. 배달 전문 공유 주방 업체 키친엑스는 이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실증특례를 부여받았다. 실증특례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하고 검증하는 동안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빕스 등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CJ푸드빌도 최근 배달만을 목적으로 한 섀도 키친이나 공유 주방 등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공룡’들도 배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명품 매출에만 기대던 백화점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배달에서 찾고 있다. 백화점을 직접 찾지 않으면 구매하기 어려웠던 고급 델리, 디저트 제품들과 최상급 농축수산물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특히 백화점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백화점 맛집’ 음식들을 배달하기 시작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전문 식당가나 델리 브랜드 매장에서 바로 조리한 식품을 집으로 배달해 주는 ‘현대식품관 투홈’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점포 인근 3km 내 지역을 대상으로 원하는 식품을 1시간 내로 배달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2∼26일 현대식품관 투홈을 통한 주문 건수가 서비스 출시 직후 2주(7월 22일∼8월 5일)보다 100% 이상 늘었다. 목표 건수도 50% 이상 초과 달성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이달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명품관의 식품관 고메이494에서 배달 서비스 ‘김집사블랙’을 시작했다. 심부름 앱 ‘김집사’로 잘 알려진 온-오프라인 연계(O2O) 스타트업 업체 달리자와 손잡고 출시한 서비스다.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달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백화점 외부 약국 방문, 세탁물 픽업 등 필요한 심부름이 있으면 세부사항을 추가로 요청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도 이달 중순부터 달리자와 손잡고 강남점 신선식품과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 이커머스 기업들은 소규모 배달 확대

폭풍 성장 중인 시장을 두고 배달 업계도 사활을 건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쿠팡, 위메프 등 대규모 배송에 특화된 이커머스 업체들이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소규모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을 경쟁 체제로 재편하면서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각각 서비스하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후발 주자의 도전이 거센 상황이다.

실제로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의 이용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는 10일 지난달 쿠팡이츠의 월간 순이용자 수(MAU)가 74만8322명으로 1년 전 17만 명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쿠팡이츠의 성장세는 시장 2위인 요기요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7월 25일 기준으로 쿠팡이츠 앱을 내려받은 사람은 2만154명으로 1만9216명을 기록한 요기요를 앞섰다. 지난달 기준 쿠팡이츠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0.61시간)은 요기요(0.5시간)를 넘어섰다.

위메프오도 지난해 8월 2만3000명 수준이었던 MAU가 올해 8월 17만5414명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시한 위메프오의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주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71%, 입점 업체 수는 721.8% 증가했다. 코로나 여파에 인지도는 물론이고 주문 건수도 급증한 것이다. 다만 배달의민족(1066만 명), 요기요(531만 명) 등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97.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업계도 ‘도보 배달’을 특화시키며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를 출시했다. 동네를 기반으로 ‘라이더’ 대신 지역 주민인 일반인들이 도보로 배달할 수 있는 거리(1.5km)의 배달 주문만 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딜은 8일까지 배달원 1만6000여 명을 모집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다. 인천에서는 82세의 한 여성이 배달원으로 등록했을 정도다.

○ 서비스 늘면서 배달원 확보 어려워져

배달 서비스가 단기간에 늘어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도 나오고 있다. 오토바이 배달원(라이더)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벌어지는 업체 간 쟁탈전이 대표적이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7월 26일 대비 지난달 30일 배달 접수 건수는 25.8% 늘어났다. 반면 배달을 수행한 라이더는 7.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토바이를 활용하는 전업 라이더 수가 제한돼 있는 만큼 인력을 단기간에 수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라이더 수급 문제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음식점주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음식 배달에 소요되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지고 있는 것. 배달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음식을 배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이 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라이더들이 ‘귀한 몸’이 되면서 한 명의 라이더가 다수 주문을 소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지다 보니 소비자와 음식점주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업체들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인상하며 1명의 라이더가 1건의 주문만 소화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는 이 조건을 내세워 쿠팡이츠가 라이더에게 주는 라이더 수수료를 건당 최대 2만 원까지 올렸고 기존 배달 대행업체도 서울 강남권 등 배달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라이더 수수료를 연쇄적으로 인상하고 나섰다. 하지만 폭증하는 수요에 라이더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 음식 시장의 성장과 라이더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음식 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안에서 자영업자들의 경쟁이 격화되면 판촉 비용이 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M&A 무산, 채권단 ‘플랜B’ 가동
조직 슬림화, 사업 재편 불가피
에어부산 등은 분리 매각 검토
산은·현산, 계약금 소송전 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동걸 KDB 산업은행 회장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305일을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왔다. 지난해 11월 1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은 무산으로 결론 났다. 10개월 여를 끌어온 M&A 협상이 11일 ‘노딜’로 끝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아래 두는 ‘플랜B’가 본격 가동된다. 채권단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영구채 출자전환, 차등감자 등을 포함한 플랜B를 마련해왔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인수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채권단과 현산 측의 법적 소송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파워볼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위원회는 11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제15차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총 2조4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시장 안정화 필요자금 명목으로 2조1000억원, 유동성 부족 자금 해결 명목으로 3000억원 지원한다. 운영자금 대출분 1조 9200억원(80%)과, 영구전환사채(CB) 인수분 4800억원(20%) 등으로 구성된다.

채권단은 노딜의 책임을 현산 측에 돌렸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채권단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현산 측이 재실사 후 거래 종결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현산 측은 그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추가 실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추가로 자구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최 부행장은 “기존 주주의 주식 감자 여부는 회사의 연말 재무상태라든지 채권단 관리 상황을 봐서 판단해야 하며, 이 부분은 영구채 전환을 통한 (채권단의) 경영권 지분 확보 여부가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부채총계는 11조5459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 2291.01%로 지난해 말(1386.69%)보다 904.32%포인트 급증했다. 앞으로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은 2조원이 넘는다.파워볼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재편이나 인력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업황 회복 시점이 늦어지면서 단기간에 다른 인수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관리 아래 조직 슬림화 중심의 사업 개편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면서 “다만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관련 조항에 따라 6개월 동안 근로자 90% 이상을 고용해야 하므로 아시아나항공의 인력 구조조정은 소규모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통매각 대상이었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 인력 4700여 명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에 계열사 지원 금지가 포함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자회사 분리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아나항공 계열사 관계자는 “M&A 무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루아침에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몰라 두려워하는 직원이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성공하려면 누적된 부실에 대한 철저한 경영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 없이는 또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채권단이 현산에 책임을 돌린 것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진행할 계약금 반환 소송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과 계약하면서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소송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항공 업계 관측이다.

소송의 쟁점은 M&A 계약해지에 대한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는지다. 현산은 계약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급증 등 자본잠식이 심각한 상황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금호산업의 귀책사유로 제시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인수 의지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도 밝히지 않고 시간을 끌어왔다”면서 “산은이 인수대금 1조원 할인 제시까지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현산에 대한 법원 판단이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산은 11일 공시에서 “금호산업으로부터 계약해제 이행 통지를 받았다”며 “법적인 검토 이후 관련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재민·염지현·정용환 기자 jmkwak@joongang.co.kr

인수 무산된 아시아나, 채권단 관리 돌입
코로나19 장기화에 재매각 시기는 불투명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아시아나 항공 발권 카운터에서 승객들이 발권을 준비하고 있다. 2020.09.1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아시아나 항공 발권 카운터에서 승객들이 발권을 준비하고 있다. 2020.09.1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결국 ‘노딜'(No deal·인수 무산)로 마무리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되면서 회생에 성공할지도 주목된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도 이날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M&A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에 돌입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에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0년 1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약 5년 만인 지난 2014년12월 자율협약을 졸업했지만, 이후에도 재무 상태 개선은 쉽지 않았다.

채권단은 일단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갈 수 있다. 채권단은 추후 경영권을 확보해 추가자금 투입과 함께 구조조정 등을 거친 뒤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다만,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되는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말보다 더 나빠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91%로 지난해 말(1386%) 대비 900%p 이상 급증했다. 자본잠식률도 지난해 말 18.6%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49.8%로 악화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으면 향후 6개월 간 90% 이상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해야 해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도 당분간 어렵다.

[인천공항=뉴시스]김병문 기자 =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M&A(인수·합병) 무산에 따른 '플랜B' 보고와 지원 방식이 결정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2020.09.10. dadazon@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김병문 기자 =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M&A(인수·합병) 무산에 따른 ‘플랜B’ 보고와 지원 방식이 결정되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2020.09.10. dadazon@newsis.com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처럼 막대한 국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해 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재무 부실이 심각해 구조조정과 혁신이 필요한 항공사”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체제로 돌입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경우 과연 책임있는 경영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대우조선해양처럼 10조원 이상의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기업 형태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향후 재매각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우선 자회사 매각에 나서 몸집을 줄이고, 경영정상화를 이룬 뒤 조속히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 중 하나는 계열사 지원 금지여서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은 분리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다만 항공업황이 죽을 쑤는 상황에서 마땅한 새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현재 항공산업은 코로나19 장기화에 회복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국적 항공사 9곳의 국제선·국내선 여객 수는 557만459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4% 감소했다. 특히 국제선은 전년보다 97.8% 급감했고, 국내선도 37.8% 줄었다.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여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화물 부문이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각 항공사들의 화물 운송공급이 늘며 운임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여객 급감으로 인해 올해 전 세계 민간항공업계 매출이 지난해(8390억달러)의 절반 수준인 419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회사 분리매각과 관련해서도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이미 공급 과잉이어서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실제로 또 다른 LCC인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 7월에 매각이 결렬되며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항공 본사의 모습. 2020.09.1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9개월 넘게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결론이 나오기로 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 항공 본사의 모습. 2020.09.11. park7691@newsis.com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꾸준한 경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M&A 무산 소식 이후 사내 담화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할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꾸준히 해나간다면 반드시 경영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여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11일 결국 무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항공업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찾기는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아래 두고 강력한 구조조정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기금운용심의회 회의를 잇따라 열어 아시아나항공 M&A 상황 보고를 받은 뒤 거래 무산(노딜)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또한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연말까지 최대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안기금 투입으로 우선 급한 불을 끄고,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산이다. 코로나19에 따른 하늘길 폐쇄 장기화 등으로 항공업계와 아시아나항공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당장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몸집을 줄이기 위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7개 자회사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기안기금을 받은 기업이 지원 기간동안 계열사 지원에 자금을 쓸 수 없어 자회사 입장에서도 독자생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500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계약금)을 둘러싼 소송도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의 10%를 이행보증금으로 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계약해제에 따른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채권단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기천 기자, 세종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아시아나 노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게 된 아시아나항공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2조4000억원의 유동성이 지원된다.


아시아나에 기안기금 2조4000억원 지원
기간산업안정기금은 11일 서울 여의동 산업은행에서 열린 제15차 기금운용심의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총 2조4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지원금은 시장 안정화 필요자금(대출 상환) 명목으로 2조1000억원, 유동성 부족자금 명목으로 3000억원 지원된다.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이 1조9200억원(80%), 영구전환사채(CB) 인수가 4800억원(20%)이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주기장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뉴시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주기장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뉴시스

기금운용심의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항공업 전반의 위기 상황에서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다면 대규모 실업 사태뿐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등 국가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다”며 “그간 심도있는 논의 과정을 거쳐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해지…현산이 채권단 제안 거절”
채권단은 이날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매수자 측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노딜’을 최종 통보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금일 아시나나 인수합병(M&A)와 관련해 금호산업이 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게 된 것에 대해, 매각 과정을 함께했던 채권단으로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관리체제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관리체제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채권단은 노딜의 책임을 현산 측에 돌렸다. 최 부행장은 “채권단은 최근 최고경영진 간의 면담을 통해 현산이 우려하는 방안 대한 논의를 했고 채권단의 지원방안과 의지를 전달하는 등 거래 성사 위해 최선 노력 다했다”면서 “그러나 현산 측은 재실사 후 거래종결론이라는 기존 입장 고수하면 채권단 제안 거절했다”고 말했다.


“계약금 반환 소송 대처할 것”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산업은행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산업은행

현산 측은 그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추가 실사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은 견지해왔다. 이에 대해 최 부행장은 “현산은 장시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며 “표면적으로는 그 이유(재실사 요구)긴 하나 근본적으로는 작년 4월 의지와 관계 없이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현산 측이 부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현산에 책임을 돌린 것은 향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 진행할 계약금의 반환 소송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 부행장은 “현재 금호와 현산은 모두 상대방 귀책에 따른 매각 무산을 주장하고 있고 M&A 계약 해지 이후 계약금 반환 소송 등 여러가지 소송이 진행될 개연성도 고민하고 있다”며 “소송은 법원에서 다퉈지겠지만 저희는 재매각이라든지 여러 진행 상황을 봐서 채권단으로서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선조정, 조직개편 등 추가 자구계획”
이날 기안기금의 아시아나항공 지원 규모(2조4000억원)는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2조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기안기금은 아시아나항공 M&A 무산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갑작스럽게 금융채무의 상환의무가 발생할 것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전경. 뉴시스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전경. 뉴시스

최 부행장은 “현재 저희가 우려하는 부분은 딜 브레이크(무산)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이라며 “신용등급 하락되면 여타 채권자들로부터의 일시 상환, 크로스 디폴트가 실현될 수 있고 그에 대처하고자 기안기금 유동성 지원과 자본확충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이어 “이번 유동성 추가 지원은 외부 전문기관이 보수적으로 추정한 결과에 기반한 금액”이라며 “상당기간 추가지원이 필요없을 것으로 판단하나, 코로나19 불확실성을 감안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유동성은 단계별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추가 자구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최 부행장은 이에 대해 “추가 자구 계획은 외부 컨설팅 결과 따라 노선조정, 외부 원가절감, 조직개편 통한 절감 방안 등 3가지로 나눠질 것”이라며 “기존 주주의 주식 감자 여부는 향후 회사의 연말 재무 상태라든지 채권단 관리 상황을 봐서 판단해야 하며, 이 부분은 영구채 전환을 통한 (채권단의) 경영권 지분 확보 여부가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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